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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관찰 (society)

저급한 콘텐츠를 찍어내는 정부와 기업들 / (국무총리실과 매일유업의 사례)

by 댄싱펜 2020.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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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의 시대.

콘텐츠를 찍어내는 시대.

뭐 하나는 걸리겠지, 뭘 좋아할지 몰라서.

이젠 양보다 질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아침 출근 길,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이슈 뉴스에 신경이 매우 쓰였다.

 

 

사건 1. 국무총리실의 우매(愚昧)함

 

국무총리실은 지난 14일 대한민국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 공식 트위터 계정에 홍보 만화를 게시했다. 이후 거센 논란이 일자 삭제했고 아직까지 아무런 해명이나 사과가 없다.

잘못한줄 알고 삭제했으면 사과를 해야 하는게 정상 아닌가? 길가던 유치원생들도 아는 일이다.

 

의도는 이렇다.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을 위한 이벤트성 홍보물이었다.

시민들에게 '재미'를 주고자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왜 코로나 19로 어려움을 겪는 여성의 고통을 고작 "마스크 때문에 피부가 뒤집어지는" 정도로 밖에 볼 수 없단 말인가. 시민들의 어려움이 얼마나 많은데, 속출하는 자영업자들의 폐업, 실직, 늘 높았던 자살률, 혐오의 시대 등등.. 고작 여자가 겪는 위기와 어려움을 상상한게 그거 뿐인지 묻고 싶다.

근데 웃긴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란거다.

 

지난해 1월엔 불법촬영물 근절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만든 홍보물에서 이를 희화화 하고 가볍게 묘사한 적이 있다.

'누구나 한 번쯤 간직했던 비밀의 폴더' 이 폴더를 발견한 여성이 남성에 대해 오빠 짐승이라고 말하는 부분..

아니 불법촬영물을 범죄라고 보지 않는 것 같다. 아마 아직도 갖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불법촬영물 자체를 범죄로 보지 못하고 하나의 소비, 본능적 욕망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심지어 이 콘텐츠는 방송통신위원회와 여성가족부, 법무부 등 관계부처가 합동 발표한 '웹하드 카르텔방지 대책'을 홍보하는 목적이었단다.

아니 이 우매하고 모자라다는 말보다 더 심하게 표현하고 싶은 인간들은 도대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단 말인가.

범죄는 범죄다. 나쁜짓은 나쁜짓이다.

이를 유머코드로 삼을 순 없다.

조금 더 쉽고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었다? 웃기지 말아라. 너네 생각이 쉽고 짧은 것이다.

이로 인한 피해자들은 이를 어떻게 볼 지 생각이나 해보았겠는가? 단 한번이라도 생각해보았다면 어찌 이런 만행을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

철저하게 결여된 성인지감수성과 공감능력의 전형을 보여주는 예다.

이것이 대한민국을 이끄는 저 위에서 나온 것들이다.

어쩌다 한번은 실수다. (물론 실수도 잘못했다면 반성하고 알아차릴때까지 혼나고 가르침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그게 반복이면? 자질의 부족이다.

교육으로 해결되지 않는 인식 저 깊은 곳에 만연한 생각들을 바꾸어야 한다.

아직도 무엇이 잘못인지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아마 지금쯤 '뭐 이런 것 가지고 난리들이야? 예전엔 더한것도 했는데, 재수없게 걸렸네' 라고 할지도 모른다.

아마 그렇지 않을까? 늘 준비된 형식적인 대답만 내놓고 반성은 단 한번도 하지 않았는데. 그게 무엇이 잘못인지 모르는 것이다.

그들에게 무엇을 바랄 수 있겠는가.

그저 잡고 있는 권력과 돈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뿐이지 않겠는가.

 

 

 

사건 2. 나는 나쁜 매일유업 입니다.

 

공교롭게도 국무총리실의 문제가 터진 그날 함께 터졌다.

무슨 성인지감수성결의의 날 같은건가?

과거 여성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개그맨 유상무와 함께 진행하는 마케팅 이벤트 홍보글이 문제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이 게시물은 삭제되었고, 매일유업은 사과글을 게재했다.

 

 

의도는 좋았다. 좋은 제품이다.

유상무라는 캐릭터 자체에 대해서는 문제라기 보다 생각이 매우 짧았던것 같다. 똑똑한 분들 모셔놓고 마케팅 한다는 곳에서 모델에 대한 분석 조차 없었나보다.

매일유업에서는 유상무는 광고모델이 아니며, 해당 플랫폼 업체의 추천으로 진행했던 거라고 한다. 말이야 방구야.

그런 체크조차 하지 않았다는건 업무태만 아닌가? 추천만 하면 누구나 다 섭외할 생각인가? 우매한 인간들...

이건 그렇다 치고..(물론 그럼 안되지만...좀 신경쓰고 제대로 일좀 하세요!!!!!)

진짜 문제는 다른데 있다.

선천성 대사이상이 있는 환아들을 위해 만든 특수분유를 홍보하며 만든 영상이 문제가 됐다.

여기서 문제는 두가지다.

아픈 아이는 평범하지 못하다라는 편견가득한 인식, 그리고 아픈 아이는 엄마의 잘못이라는 무조건적 비판.

아프게 태어난 사람은 그냥 아픈 사람인거지 평범하지 못한 것이 아니다!

평범한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이 세상에 평균은 없다.

그냥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는 거지 평균이라는 말로 획일화시키지 마라.

이는 질병장애혐오적인 인식이 만연하다는 방증이다.

그리고 나쁜엄마라서 미안하다고? 왜 모든것의 책임을 엄마에게 전가하는데.

왜 엄마에게 죄책감을 유발하는데, 왜 그 죄책감을 이용하여 물건을 팔려고 하는건데 왜!!

마케팅에서 유용한 것중 하나가 죄책감 유발과 공포심(경각심) 유발이다.

아주 책에 나오는대로 잘 하셨네요.

현실에서도 이렇다. 아픈 아이를 보면 엄마탓을 하기 바쁘고, 엄마는 늘 자책에 쌓여 살아간다.

굳이 그걸 광고에 사용해야 했는가? 왜 그 조금을 생각치 못하는가..

자신의 입장이더라도 이렇게 메시지를 표출했겠는가?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을, 피식 웃고 넘어갔을 것들도 시대와 환경에 따라 이슈가 된다.

시대가 흐를수록 대다수의 의견을 주도하는 목소리는 점점 젊어진다.

표출되는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특히 SNS 등 인터넷 미디어를 통한 목소리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각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부서, 부처의 장들은 그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리고 시대의 변화 또한 따라가지 못한다.

대표적인 부분이 성인지감수성, 공감능력, 성평등 의식이다.

대중들의 의식은 높아져가고 있다. 하지만 정부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사람들은 따라가지 못한다.

따라갈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 안하고 있다.

정부라는 것은 국민을 대변해야 한다.

대부분이 5,60대 남성으로 가득찬 그곳이 어찌 이 다양하고 다양한 대중들을 대변할 수 있단 말인가.

어찌 그들이 다양한 대중을 대변하고 그들을 한데 엮고 통합과 화합을 이야기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나라는 한없이 다양성이 결여된 나라다.

다른나라 사정은 잘 모르겠다. 아니 지금은 알 필요도 없다. 상대적인 비교가 아니기 때문이다.

뭐 어느 선진국 보다 우리가 지표상으로 높다고 문제가 없다 말할 수 있겠는가?

오롯이 자신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의 대변하는 국회는 철저하게 다양성이 결여되어있고, 사회적인 분위기와 인식 또한 다양성은 해가 된다고 생각한다. 국가의 모든 시스템 운영이 다양성 보다는 획일성, 또는 결과우선주의다.

아직 한참 멀었다 라는 말은 이럴때 쓰는 말인가 싶다.

자신들의 관점에서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누군가에겐 혐오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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