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역대급 더위래요.
이 말을 들은 게 올해가 처음이 아닙니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똑같은 말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매년 더웠습니다. 이제는 "또 더운 여름이 온다"는 말이 뉴스가 아니라 그냥 계절 인사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매년 이 말이 반복되는 걸까요? 단순히 날씨가 운 나쁘게 겹친 건지, 아니면 구조적으로 뭔가 달라진 건지.
2025년 여름은 실제로 달랐습니다
지난 2025년 여름, 기상청은 이를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뜨거운 여름으로 공식 기록했습니다.
전국 평균기온 25.7℃로 직전 해인 2024년 기록마저 넘어서며 2년 연속 역대 최고 여름을 경신했습니다.
단순히 "찌는 여름"이 아니었습니다. 6월 중순부터 이미 열대야가 시작됐고, 서울의 여름철 열대야 일수는 46일로 1908년 관측 이래 가장 많은 기록을 세웠습니다.
폭염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지속성과 범위 모두에서 이전과는 다른 패턴을 보였습니다.
2026년은 어떨까요
기상청이 발표한 올해 연 기후전망에 따르면, 2026년 우리나라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70%입니다. 2024년이나 2025년처럼 관측 기록을 다시 갈아치우는 극단적 폭염까지는 아닐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역대 1위는 아니어도 상위권으로 더운 해"가 계속 이어지는 흐름입니다.
문제는 이게 올해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한반도가 유독 빠르게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더워지고 있는 건 사실인데, 한반도는 그 속도가 특히 빠릅니다. 향후 5년간 우리나라 평균기온 상승폭은 세계 평균의 약 2배 수준으로 예측됩니다. 동아시아 지역 평균보다도 높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가 겹쳐 있습니다.
하나는 지리적 위치입니다.
한반도는 대륙과 해양의 영향을 동시에 받는 위치에 있어 기온 변동 폭이 큰 구조입니다.
다른 하나는 도시화입니다.
우리나라 도시화율은 92%를 넘습니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가 낮 동안 열을 흡수했다가 밤에 내뿜는 열섬 현상이 도시 기온을 추가로 끌어올립니다. 서울처럼 밀도 높게 개발된 도시는 인근 외곽보다 체감 온도가 훨씬 높습니다.
기상청 기후위기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인위적 요인으로 인해 한반도 폭염 발생 확률이 최대 4배 이상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이미 진행 중인 변화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역대급"이 매년 갱신되는 이유
지구 평균기온이 이미 높아진 상태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출발점이 올라가면 "평범한 더위"의 기준도 함께 올라갑니다. 예전 기준으로는 이례적인 더위가 지금은 평년 수준이 되어버리는 구조입니다.
기상청 기후위기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연평균 8.8일 발생하는 폭염이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지는 온실가스 감축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기상청 기후위기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감축이 적극적으로 이뤄질 경우 21세기말 폭염 일수는 연간 24일 수준에 그칠 수 있지만, 지금처럼 배출이 계속되는 최악의 시나리오(SSP5-8.5)에서는 연간 79.5일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낙관적인 경우에도 지금의 3배, 최악의 경우 여름 절반 가까이가 폭염인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올여름이 무서운 게 아닙니다
기록을 갱신하든 않든, 지금의 더위가 새로운 기준이 되어가고 있다는 게 더 중요합니다. "올해는 좀 덜 덥대"라는 말이 위안이 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평균이 올라간 상태에서의 "덜 더운 여름"은 10년 전의 "많이 더운 여름"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매년 반복되는 폭염 뉴스가 이제는 무감각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무감각함이 어쩌면 가장 큰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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